니켈·코발트 가격 하락으로 원가 부담 낮춰
'中 업체 주력' LFP 배터리의 리튬 가격도 하락세
대외 변수 많아…"중장기 전략 수립해야"

SK온 전기차 배터리 'NCM9'과 미국 포드 'F-150'. [사진=SK이노베이션]
SK온 전기차 배터리 'NCM9'과 미국 포드 'F-150'. [사진=SK이노베이션]

글로벌 공급망 불안 현상으로 지난해 고공행진 했던 원자재 가격이 올해는 급격한 하락세를 띠고 있다. 이에 특정 광물 가격의 영향을 받는 배터리 제조사들은 원자재 가격의 추이를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한 번 내리막을 탄 원자재 가격은 하향 안정세를 보일거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다만 중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 변수가 많아 등락 폭이 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16일 한국자원정보서비스(KOMIS)에 따르면 니켈 가격은 새해 첫 거래일(3일) 기준 영국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톤당 3만1200달러까지 올랐다. 이후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며 13일 기준 톤당 2만6475달러까지 내려갔다. 코발트 가격 역시 새해 들어 톤당 5만1500달러에서 4만8570달러까지 떨어졌다.

이는 니켈, 코발트 함량이 많은 NCM(니켈·코발트·망간) 제품을 주로 생산하는 국내 배터리 제조업체에 희소식이다.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는 니켈 함량이 90%를 넘는 ‘하이니켈 배터리’를 주력 제품으로 생산하기 때문에 니켈과 코발트, 망간 가격은 이들 기업의 실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면 제조사 입장에선 원가에 대한 부담이 크게 낮아진다.

다만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정면 승부를 벌이고 있는 중국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도 리튬 가격 하락으로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더욱 높아졌다. 올 초 탄산리튬 가격은 지난 3일 기준 ㎏당 474.5위안에서 12일 기준 449.5위안으로 하락했다. LFP 배터리는 삼원계 배터리 대비 저렴한 가격으로 세계 최대 규모인 북미 시장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 입장에선 LFP 제품의 약진을 경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 배터리 제조사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과 연동한 가격을 체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요동치는 원자재 가격에 영향을 최소로 줄이고자 ‘가격연동제’로 대응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올해 1월 니켈 가격 추이. [자료=한국자원정보서비스(KOMIS)]
올해 1월 니켈 가격 추이. [자료=한국자원정보서비스(KOMIS)]

원자재 가격 하락은 핵심 광물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내 배터리 제조사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 발표된 대한상공회의소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배터리 제조에 반드시 필요한 광물 8대 품목 중 산화코발트·수산화코발트(83.3%), 황산망간·황산코발트(77.6%), 산화리튬·수산화리튬(81.2%), 탄산리튬(89.3%), 황산니켈(59%) 등 5개 품목에서 특정국 의존도 1위를 차지했다. 핵심 광물 8개 품목 중 탄산리튬(칠레)과 황산니켈(핀란드)을 제외한 6개 품목을 중국에 가장 많이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원자재 시장이 다시 요동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폐기에 따른 코로나19 재확산 여부,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등이다.

한국무역협회는 보고서에서 “배터리·반도체 등 주요 산업을 중심으로 광물의 수요 및 공급사슬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시행하고 범정부 컨트롤타워를 설립해 중장기 국가 광물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며 “광물 부족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 마련을 위해 국내 핵심 광물 생태계 육성, 재활용을 통한 폐자원 활용 방안 강구, 대체·저감기술에 대한 연구개발(R&D) 확대를 서두르는 한편, 자체 생산 역량을 키워 해외 의존도를 낮추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철강·건설사 업황에 영향을 미치는 철강·구리·텅스텐 등 산업 원자재들은 장기적으로 하락세가 전망돼, 관련 업계에 숨통을 틔울 것으로 예측된다. KOMIS의 중기 가격 예측에 따르면 이들 원자재 가격은 지난해 정점을 찍고 내년까지 완만한 하락세가 예상된다.

굿모닝경제 이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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