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민간 클라우드 시장 아마존·MS 등 글로벌 사업자 80% 차지
정부, 오는 18일 공공 클라우드 진출 용이한 CSAP등급제 강행 예고
토종 CSP, 국내 클라우드 생태계 존립 우려..."국내 생태계 활성화 우선"
문제 발생 시 해외 기업에 책임 묻기 어려워 데이터 주권 침해 가능성

아마존 웹서비스(AWS) 로고.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오는 18일 공공 클라우드 시장 문턱을 대폭 낮추는 공공 클라우드 보안인증(CSAP) 등급제의 시행을 예고하면서 관련 업계에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등급제가 시행되면 민간 시장을 장악한 글로벌 클라우드 사업자들이 공공 시장까지 삼켜 국내 클라우드 사업자들의 생존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이유다. 아마존웹서비스(AWS)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알리바바, 텐센트 등 미국과 중국 클라우드 업체들은 국내 민수 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다.

여기에 민간에 이어 공공 클라우드 시장 개방은 외국 기업에 미래 산업의 핵심인 데이터를 통째로 내주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가·공공기관에 서비스를 공급하는 클라우드 사업자는 단일 기준에 따라 클라우드 보안인증을 받아야 한다.

현 클라우드 보안인증의 경우 엄격한 물리적 망 분리가 필수 요건이어서 글로벌 클라우드 사업자들의 진출이 쉽지 않았다. 글로벌 클라우드 사업자의 경우 물리적 망 분리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가 최근 시행 예고한 클라우드 보안인증 등급제는 공공 시스템 중요도와 분류기준에 따라 상·중·하 3등급으로 구분하고 등급별로 차등화된 보안인증 기준을 적용한다. 특히 하등급의 경우 기존 ‘물리적 분리’ 요건을 완화하고 ‘논리적 분리’를 허용해 글로벌 사업자들의 공공 클라우드 시장 진출길이 열린 것이다.

지난해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이종호 과학기술정통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이종호 과학기술정통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이같은 정부의 제도 변경에 대해 국내 클라우드 기업들은 물론 정치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KT를 비롯해 네이버·카카오·NHN 등 국내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자(CSP)들은 등급제 도입으로 공공 클라우드 시장마저 글로벌 기업에게 내주는 것 아니냐며 반발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국내 클라우드 생태계가 안착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부른 공공 클라우드 시장 개방이 국내 클라우드 생태계 존립 기반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국내 민간 클라우드 시장에서 AWS의 시장 점유율 62~78%, 2위 사업자인 MS의 점유율은 6~12%로 두 기업을 합치면 80%에 이른다.

반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CSAP 인증을 받은 총 72개의 사업자 중 글로벌 클라우드 사업자는 1곳도 없다. CSAP 인증이 공공 클라우드 시장에서 국내 사업자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CSAP 등급제 도입은 공공 클라우드 시장이 글로벌 기업들에게 개방되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상·중 등급에 대한 시장 개방이 깜깜이인 와중에 하 등급을 완화하게 되면 민간 시장에 이어 공공 시장마저 외국 기업에 내주게 되고 국내 기업들은 설 자리를 잃을 것”이라며 “등급을 분리하되 상·중 등급 개방 문제를 먼저 해결해 시장에 사업 영역이 확대될 것이라는 확신을 주고 나서 하 등급의 논리적 망분리를 고려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 클라우드산업협회 관계자는 “국내 사업자는 기존 정책에 맞춰 투자를 진행해왔다"며 "정부를 믿고 투자를 진행한 국내 사업자에겐 이번 완화는 힘이 많이 빠지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일각에서는 공공 클라우드 시장 개방이 자칫 데이터 주권을 약화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미국과 중국 기업이 공공기관에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면 데이터 위치를 알 수 없게되고 미래 산업의 핵심인 데이터가 국외 서버에 저장되기 떄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보안이 중요한 공공 클라우드의 경우 국내 기업과 달리 구글 등 글로벌 사업자가 문제를 일으켰을 때 정부가 할 수 있는 조치가 거의 없다"며 "일본의 경우에도 정부가 공공 영역에서 글로벌 클라우드를 도입하려다 국민적 저항에 부딪혀 정책 방향을 수정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굿모닝경제 권용삼 기자

저작권자 © 굿모닝경제 - 경제인의 나라, 경제인의 아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