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과방위 야당 단독 관련 법안 심사·의결...절차상 문제 제기 가능성
인기협 "IDC 사업자간 역차별 우려"·암참 "타국 비교해 과한 규제 부담"
법사위 심사 관건...일각, "규제만으로 사고 예방·재발 방지 한계 있어"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및 소관 감사대상기관에 대한 종합감사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및 소관 감사대상기관에 대한 종합감사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판교 SK C&C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해 생긴 '카카오 먹통 사태' 이후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해 국회에서 논의 중이던 일명 '카카오 먹통 방지법'이 소관 상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하며 속도를 내고있다.

다만 더불어민주당 단독으로 법안 심사·의결을 진행해 향후 절차적 문제 제기가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앞서 2020년 비슷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이중 규제와 산업발전 저해를 이유로 심사를 보류한 바 있어 국회 본회의 처리까지는 불투명하다.

여기에 여전히 국내·해외 데이터센터 사업자 간 역차별 문제와 규제 대상 범위의 모호성 문제 등이 남아 있고 일각에선 무작정 규제만 해서는 '제2의 카카오 사태'를 막을 수 없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과방위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단독으로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를 열고 ‘방송통신법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 일명 '카카오 먹통 방지법'이라고 불리는 관련 법률안을 심사‧의결했다.

‘방송통신법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방송통신재난관리기본계획을 수립할 때 데이터센터 사업자와 부가통신사업자의 방송통신서비스에 관한 내용을 포함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또 재난관리 기본계획에 ▲긴급복구를 위한 체계 구성(방송통신설비의 연계 운용 및 방송통신서비스 긴급복구를 위한 정보체계의 구성)과 ▲배터리나 무정전전원공급장치(UPS) 등의 분산 및 다중화(서버, 저장장치, 네트워크, 전력공급장치 등의 분산 및 다중화 등 물리적·기술적 보호조치)를 포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부가통신사업자도 ‘통신재난관리심의위원회’로부터 재난관리계획의 이행 여부에 대한 지도 및 점검을 받게 된다.

또 보완사항에 대해 시정명령을 수행해야 하며 시정명령 미이행 시 방송통신서비스 연매출의 3% 이하에 해당하는 금액을 과징금으로 부과받는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은 과기부에 IDC사업자에 대한 정기 점검 권한을 부여하고 서비스 장애 발생 시 중단 현황, 조치 등을 과기부에 보고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다만 당초 데이터센터를 임차해서 사용하는 임차사업자까지 데이터센터 보호조치 의무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내용은 논의 과정에서 수정됐다.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종합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카카오 장애에 대한 사과를 하고 있는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종합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카카오 장애에 대한 사과를 하고 있는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 [사진=연합뉴스]

과방위 야당 간사인 조승래 더불어민주당의원은 “데이터센터와 주요 온라인 서비스가 정부의 재난관리 계획에 포함되면 재난에 체계적으로 대비하고 신속히 수습‧복구하는 대책을 마련하게 돼 카카오 먹통 대란 같은 초유의 사태를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네이버·카카오 등이 수석부회장사로 있는 한국인터넷기업협회와 더불어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을 회원사로 두고 있는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인기협측은 "주요 방송·통신사업자의 의무를 부가통신사업자에게 부과하는 것이 과도하다"며 주파수와 같은 희소자원이 아닌 인터넷을 기반으로 사업을 하며 인터넷을 독점적으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웠다.

또 “이미 정보통신망법에 재난에 대비해 조치를 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며 이중규제 문제를 제기했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담긴 규제가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 매우 부담스럽다"며 “부가통신사업자가 단순히 많은 이용자가 사용한다는 이유만으로 공공적 성격을 띠는 주요 방송통신사업자처럼 공적 의무를 부담하라는 것은 형평에 매우 반한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17일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 아지트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17일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 아지트 모습. [사진=연합뉴스]

한편 일각에선 무작정 규제만 해서는 '제2의 카카오 사태'를 막을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무소속 박완주 의원실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부가통신사업자에 대한 서비스 안정성 확보 의무화 조치를 강화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제정된 이후에도 네이버, 카카오, 구글, 페이스북 등 사업자의 서비스 중단 건수가 35건을 기록했다고 나타났다.

한 업계 전문가는 "카카오 먹통사태와 같은 장기간 서비스 이용 장애가 발생해서는 안된다"면서도 "규제를 통해서 완전히 사고를 막을 수 있다는 생각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사고가 발생했을 때 기업이 책임을 외면하지 않도록 하는 시스템"이라며 "기업에게 배상 책임을 강화하고 이용자 보호 제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굿모닝경제 권용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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