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동박시장, 2025년 10조원 돌파
SK·롯데·고려아연·솔루스첨단소재, 세계 각국에 공장 증설
기술 집약적 산업으로 진입장벽 높아…"업체간 경쟁 치열"

SK넥실리스의 동박 생산 모습. [사진=SKC]
SK넥실리스의 동박 생산 모습. [사진=SKC]

세계 전기차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이차전지(배터리) 음극재의 핵심 소재인 동박 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동박은 구리를 두께 10㎛(1㎛는 100만분의 1m) 이하로 얇게 만든 막으로, 배터리에서 발생하는 열을 외부로 방출하는 역할을 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동박 업체 SKC가 글로벌 시장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고,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고려아연 등이 해외에 생산시설을 구축하며 맹추격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극소수의 기업만이 고품질 동박을 생산한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SKC 동박 제조 자회사 SK넥실리스는 2021년 기준 글로벌 동박 시장에서 점유율 22%로 1위를 차지했다. 중국 왓슨(19%)과 대만 창춘(18%)이 뒤를 이었다. 일진머티리얼즈를 인수하고 최근 출범한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가 점유율 13%로 4위에 자리했다. 고려아연 등 기타 기업들은 점유율 5%를 기록 중이다.

동박 시장은 전기차 성장에 힘입어 한동안 큰 폭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세계 동박 시장은 2018년 1조5000억원에서 2025년에는 10조원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SK넥실리스는 유럽, 아시아 지역에 공장을 증설해 점유율 격차를 더욱 벌린다는 각오다.

회사는 현재 폴란드 스탈로바볼라에 연간 생산능력 5만톤 규모 동박 공장을 짓고 있다. 2024년 상반기 완공이 목표인 이 공장은 같은 해 하반기에 양산을 시작한다. 회사는 폴란드 공장을 유럽 지역 내 핵심 거점으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SK넥실리스는 연내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에 5만톤 규모 동박 공장을 준공하고, 북미에도 연산 5만톤 규모의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다.

SKC 관계자는 “2025년까지 우리나라와 말레이시아, 유럽, 북미 등에서 연산 25만톤 규모의 동박 생산체제를 구축한다”며 “지속적인 연구개발(R&D) 투자로 고도의 기술력을 확보해 글로벌 선두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SK넥실리스는 또 최근 유럽 최대 배터리 제조사인 스웨덴 노스볼트에 1조4000억원 규모 동박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2024년부터 5년간 폴란드 공장을 가동할 예정인데, 이곳에서 생산하는 동박을 공급한다.

SK넥실리스 관계자는 “여러 글로벌 배터리 고객사들과 추가 중장기 계약에 대해 협상을 진행 중”이라며 “조만간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롯데케미칼은 최근 동박 제조사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를 완료한 뒤 사명을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로 변경하며 전열을 다듬었다. 김연섭 롯데케미칼 전략기획본부장(CSO)을 대표이사로 선임하고, 2030년까지 최소 2조원 이상의 연 매출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한국과 말레이시아 생산시설을 운영하며 최근 3년간 동박 생산능력을 3만톤, 4만톤, 6만톤으로 늘렸다. 향후 말레이시아, 스페인, 미국 거점에 공장을 지어 2027년 23만톤까지 생산능력을 키운다는 계획이다.

회사 측은 “대내외 환경을 면밀히 파악해 올해 양적 확장을 위해 힘을 기울이겠다”며 “오랜 시간 쌓아온 노하우와 업력을 바탕으로 동박 시장을 선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연섭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신임 대표. [사진=롯데케미칼]
김연섭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신임 대표. [사진=롯데케미칼]

고려아연도 동박 사업 투자를 본격화하고 있다. 연간 최대 12만톤의 동박을 생산할 수 있는 티타늄 드럼을 확보했다. 2027년 목표 6만톤의 두 배에 달한다.

김윤정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고려아연은 동박 사업과 관련해 ‘원료 용해’, ‘전해 효율 극대화’, ‘전해액 제조 및 관리’에 기술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며 “자체적으로 고순도 리사이클링 구리 원료를 공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솔루스첨단소재 역시 2026년까지 유럽과 캐나다에 각각 연산 10만톤, 1만7000톤 규모의 동박 공장을 세울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동박 제조에는 대규모 장비가 필요하고 화학물 관리 및 얇은 구리 박 생산을 위한 공정 관리 능력이 필요한 만큼, 제품 생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린다”며 “글로벌 배터리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기 때문에 동박 신규 고객사를 확보하려는 업체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굿모닝경제 이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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