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항공청특별법 논의 본격화...정부, 국회에 특별법 제출 예정
설치 방식 최대 쟁점... “과기부 산하 or 대통령 소속 or 총리 소속”
민주당 일부 의원들 ‘대안입법 예고’, “독립‧범부처 우주전담기구 설치”
입지에도 관심 쏠려... ‘사천’으로 확정되나
우주항공청 설립 근거가 되는 ‘우주항공청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에 대한 국회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우주항공청 설치 방식이 최대 쟁점으로 부상했다.
정부는 '한국형 NASA(미국항공우주국)'를 목표로 연내 우주항공청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우주항공청 신설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20일 정치권에서는 야당 일부 의원들이 정부 안에 반대하며 대안입법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또 우주항공청 위상 문제를 놓고 정치권 내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 특별법 논의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 안은 우주항공청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외청 형태로 두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 내에서는 대통령 소속으로 설치해야 한다는 의견부터 국무총리 소속의 ‘처’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다양한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아예 독립된 범부처 우주 전담기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또 우주항공청 입지를 놓고도 다른 견해가 충돌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대선 기간 경남 사천에 우주항공청을 설치하겠다고 공약했으나 일각에서는 입지가 중요하지 않다는 주장도 나온다.
우주항공청 설치 문제를 놓고 여당은 정부 안에 적극 찬성하고 있지만 야당 내에서는 지역별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 우주항공청특별법 논의 본격화...정부, 국회에 특별법 제출 예정
설치 방식 최대 쟁점...“과기부 산하 or 대통령 소속 or 총리 소속”
우주항공청 설치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20대 대통령선거 당시 우주항공청을 설치해 우주·항공 산업의 요람으로 만들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2일부터 17일까지 우주항공청 설립 근거가 되는 ‘우주항공청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정부는 조만간 법제처 심사를 마무리하고, 국무회의를 거쳐 국회에 특별법을 제출할 예정이다.
특별법에는 여러 부처에 흩어진 우주·항공분야 기능을 모아 기술개발·산업육성·기반조성·민군협력 등 제반 정책을 우주항공청이 총괄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 우주항공청에 인사와 조직 개편, 예산 집행에 자율성을 부여하도록 하는 근거도 마련했다. 국내외 유능한 인재를 영입하기 위한 방안으로 기존 보수 체계 초과 책정과 겸직·취업 기준 완화 등의 규정도 명시했다.
특별법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우주항공청 위상 문제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특별법은 우주항공청을 과기정통부 산하 중앙행정기관으로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부안은 범부처 조정에 한계가 있다는 이유를 들며 우주항공청을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정호 의원은 이날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성공적 우주항공청 설립을 위한 우주항공청특별법’ 토론회에서 “정부안에서는 우주항공청을 과기부 산하 외청 형태로 정하고 있는데 범부처 조정 등 한계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관련 사업이 여러 부처에 나뉘어 있어 우주항공 분야를 총괄하는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기 때문에 대통령 소속으로 항공우주청을 설치해야 된다는 것이 제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우주항공청을 대통령 직속이나 장관 소속의 ‘청’으로 두는 것보다는 국무총리 소속의 ‘처’로 두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발간한 ‘입법과 정책’ 보고서에서 “특정한 분야를 소관하는 정부조직을 대통령 소속으로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반론의 여지가 있다”며 “우주개발 행정기관의 신설에 관한 그간의 논의에서는 ‘청’ 형태로 신설하는 방안이 주를 이루었는데, ‘처’로 설치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먼저, 위상 면에서 국무총리 소속의 ‘처’는 장관 소속의 ‘청’보다 우위에 있다고 할 수 있다”며 “또한 우주개발 행정기관은 유관 부처들의 우주개발 관련 사무를 전반적으로 관장하고 지원해야 하므로, 특정 부처에 속한 ‘청’보다 국무총리에 속한 ‘처’ 형태가 사무의 추진에 유리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 민주당 일부 의원 ‘대안입법 예고’, “독립‧범부처 우주 전담기구 설치해야”
야당 일부 의원들은 정부 안대로 하면 우주항공청이 아닌 ‘우주과기청’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독립‧범부처 우주 전담기구 설치를 위한 대안입법을 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는 우주항공청 입지로 유력한 경남 지역 의원과 수도권·충청 지역 의원들 간에 입장차가 표출되는 모습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변재일·이인영·조승래·윤영찬·이정문·장경태 의원,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이원욱 의원은 오는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우주항공청특별법의 문제 분석과 대안 입법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수도권·충청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이들 의원들은 이날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대체 입법 방향을 모색하고, 정부 입법안 심의에도 대비할 계획이다.
이들 의원은 “현재 정부가 주장하는 안대로라면 제대로 된 우주항공청이 아닌 ‘우주과기청’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며 “현장 연구자들과 전문가들의 열망이 담긴, 독립된 범부처 우주 거버넌스를 만들도록 바로잡겠다”고 강조했다.
조승래 의원도 “범부처, 다방면을 아우르는 우주전담기구에 대한 요구가 높지만, 정부가 예고한 우주항공청은 과기정통부 소속 청에 불과해 위상과 독립성 면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며 “항공 분야 역시 형식적으로만 다뤄질 뿐 내용이 부실하다는 비판이 있다”고 강조했다.
조 의원은 “22일 토론회에서 정부의 일개 부처 산하 우주항공청 설립 움직임에 맞선 대안으로 독립‧범부처 우주 전담기구 설치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경남 김해시을이 지역구인 김정호 민주당 의원은 이날 토론회에서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개별적인 것”이라며 “당론으로 결정된 바 없다”고 했다.
◇ 입지에도 관심 쏠려... ‘사천’으로 확정되나
이와 함께 우주항공청 입지 문제도 관심 사안 중 하나다. 윤석열 대통령이 경남 사천 설치를 공약한 만큼 여당 의원들은 ‘사천’을 지지하고 있다. 민주당 내 경남지역 의원들도 마찬가지다. 경남지역 의원들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사천에 있는 이유를 들어 사천이 우주항공청의 입지가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남 사천시남해군하동군이 지역구인 국민의힘 하영제 의원은 국회 토론회에서 “사천은 우주항공의 발원지”라며 “대한민국 최초 항공기 ‘부활호’가 사천비행장에서 만들어졌고, 최초의 우주발사체 ‘누리호’가 탄생한 곳도 바로 사천이다. 또 항공기 제조 분야 생산의 80%, 종사자수 70%, 사업체 수 67%가 KAI를 중심으로 한 사천에 기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 의원은 “이외에도 사천 우주항공청은 국가경쟁력 강화와 더불어 낙후된 서부 경남 전체의 발전까지 도모할 수 있어 지역균형발전의 좋은 선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정호 민주당 의원도 “경남은 국내 최고, 최대의 우주항공 생산 거점이며 KAI,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항공우주분야에서 국내를 대표하는 대기업들이 자리하고 있다”며 “지난 대선 당시 양당 후보 모두 우주항공청 설립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이후 윤석열 정부가 항공우주청을 경남 사천에 설립하겠다고 공언한 이유이기도 하다”라며 사천 설치에 힘을 실었다.
반면 김해동 경상대 항공우주 및 소프트웨어 공학부 교수는 이날 “우주항공청이 우리나라 전 우주, 항공 사업을 이끌어나가는 역할을 하게 된다면 사천만이 아니라 마라도라도 가서 저부터라도 일을 할 것”이라며 입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을 보였다.
김 교수는 “우주항공청을 둘러싼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권한과 역할, 위상을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우주항공청의 위상이 나사만큼 우리가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가 있다면 지역적 문제는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굿모닝경제 김희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