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욱 생활경제부장
권태욱 건설부동산부장

"이번에는 믿어도 될까요." 
경기 고양시 일산에 사는 한 주민의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의 말이다. 1기 신도시 재정비 안 마련이 몇차례 지연되면서 정부의 정책 신뢰에 금이 간 것이다. 1기 신도시 재정비안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때 주요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당시 1기 신도시 재정비사업 촉진을 위한 특별법 제정, 1기 신도시 양질의 주택 10만가구 공급 기반 구축 등을 내걸었다. 특히 1기 신도시 재정비 특별법은 안전진단 제도 규제 완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도 완화, 인허가 절차 간소화, 용적률 500% 등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1기 신도시 재정비 사업을 중장기 국정과제로 검토하겠다고 발표해 말 바꾸기 논란이 일었다. 지난 16일에는 '국민주거안정 실현방안'대책에서 2024년까지 마스터플랜을 수립한다고 발표하자 '공약 파기 아니냐', '선거용 공약'이라며 해당 입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공약 후퇴 논란'이 제기되자 1기 신도시 재정비를 신속히 추진하기 위해 '1기 신도시 태스크포스(TF)'를 확대·개편해 차관급으로 격상하고 9월에 1기 신도시 재정비 마스터플랜 수립을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하겠다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주민 불신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분당·일산 등 1기 신도시 주민들은 공약 이행 촉구를 위한 공동 연대 대응에 나서는 등 반발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주민들은 오히려 1년 앞당겨 2023년 상반기까지 마스터플랜 계획을 완료해야 한다며 날을 세우고 있다. 특히 주민들은 대규모 집회까지 예고하면서 사태가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주민들의 반발을 가라앉히기 위한 발언이었지만 오히려 정책혼선만 불러 일으킨 꼴이 됐다. 면밀한 검토도 안하고 성급하게 공약으로 내뱉은 말이 '정책 불신'이라는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정책은 민감한 부분이다. 정책에 따라 혜택을 보는 사람들의 득실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런 정책을 조율이나 의견 수렴 없이 발표하고 번복한다면 정책에 대한 신뢰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기존 단지 정비사업은 빈 땅에 신도시를 짓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로 단기간에 추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보통 대규모 신도시 정비 관련 마스터 플랜을 완성하는 데는 4∼5년가량 소요된다는 게 용역업계의 진단인 점을 고려할 때 1년4개월여 만에 마무리 짓는 것은 무리다.

원 장관의 이같은 발언이 '빈말'로 들리는 것은 당연하다. 

이렇게 일관성이 없고 국민적 공감을 얻지 못하는 정책은 시장에서 불안과 불신만 키울 뿐이다. 정책 신뢰가 무너지면 국정 신뢰도 무너질 수밖에 없다.

굿모닝경제 권태욱 건설부동산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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