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MZ세대 380명 대상 조사…'가심비·미닝아웃·돈쭐' 생활화

ESG 기업 제품 구매 의향. [자료=대한상의]

[굿모닝경제=이세영 기자]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기업 경영의 화두를 넘어 사회적 트렌드가 되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소비 주체로 부상한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들은 제품 구매 시 기업의 ESG 경영 실천 여부를 중요하게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MZ세대 38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MZ세대가 바라보는 ESG 경영과 기업의 역할’ 조사 결과, 응답자 중 64.5%는 ESG를 실천하는 ‘착한 기업’의 제품이 더 비싸더라도 구매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ESG 우수 기업 제품 구매 시 경쟁사 동일제품 대비 얼마나 더 지불할 의향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대다수인 70%가 2.5~7.5%를 추가로 지불하겠다고 답했다.

특히 MZ세대는 ‘가치소비를 반영하는 신조어중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개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가심비’(46.6%)를 가장 많이 꼽아 제품 구매 시 성능보다 심리적 만족을 더욱 중요시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밖에 ‘미닝아웃’(28.7%), ‘돈쭐’(10.3%), ‘플렉스’(7.9%)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서울 소재 대학 3학년 김모 양은 “과거에는 브랜드와 가격이 상품 선택의 기준이었지만 최근에는 제가 추구하는 가치와 잘 맞고 품질도 만족스럽다면 주저 없이 장바구니에 담는다”며 “MZ세대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기업에겐 ‘불매운동’, 착한 기업·가게에는 ‘돈쭐’이라는 방식으로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말했다.

친환경 제품 중 가장 파급효과가 크다고 생각되는 품목을 살펴본 결과, ‘무라벨 페트병’(41.1%)을 첫 손에 꼽았고, 이어 ‘전기·수소차’(36.3%),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만든 의류’(13.7%), ‘친환경 세제’(7.9%) 등의 순으로 답해 일상생활 속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친환경 제품들이 선택됐다.

이재혁 고려대학교 ESG연구센터장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보다 가심비를 따지는 MZ세대가 주 소비층으로 떠오르면서 비슷한 품질이라면 ESG를 실천하는지가 구매 기준이 되는 등 자신의 신념에 맞는 소비가 확산되고 있다”며 “디지털 세대답게 SNS,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기업의 ESG 이슈가 쉽게 대중들에게 공유될 수 있는 만큼, 기업들은 ESG 경영에 보다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업의 바람직한 역할. [자료=대한상의]
기업의 바람직한 역할. [자료=대한상의]

‘기업의 바람직한 역할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통상적인 기업의 역할인 ‘일자리 창출’(28.9%)보다 ‘투명 윤리 경영 실천’(51.3%)이라는 응답이 22.4%포인트 높게 나와 공정·정의를 중시하는 MZ세대의 인식과 특성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했다. 이밖에 ‘환경보호’(13.2%), ‘국가 성실납세’(2.1%), ‘봉사활동’(3.4%)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아울러 ‘취업을 고려할 때 ESG 경영 실천 기업인지 관심을 갖는 이유’에 대해서 MZ세대는 ‘환경·사회문제 등 시대 흐름에 부합’(50.3%), ‘향후 성장발전가능성 높아’(29.5%), ‘기업문화·근무환경 좋을 것으로 판단’(18.7%) 등의 순서로 응답했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윤철민 대한상의 ESG경영실 실장은 “공정과 정의를 중시하고 코로나19로 취업난을 겪고 있는 MZ세대의 시대·사회적 가치관이 기업에 바라는 역할에 투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MZ세대가 CEO가 된다면 기업 경영의 최우선 목표를 어디에 둘까?’라는 질문에는 ‘기업 경쟁력 향상’(82.1%), ‘기업문화·근로자 복지 향상’(61.1%), ‘ESG 경영 실천’(60.3%)을 우선적으로 꼽은 반면, 상대적으로 ‘값싼 양질의 제품 생산과 서비스 제공’(36.8%), ‘주주 권익 보호’(23.4%)는 낮게 나타났다.

또한 MZ세대들은 ESG 경영에 대한 대응을 가장 잘 하는 국내 기업으로 삼성, SK, LG, 오뚜기, 유한킴벌리, 풀무원, 현대차를 꼽았다.

‘향후 ESG 경영의 지속적인 확산을 위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것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MZ세대들은 ‘전반적인 국민인식 향상’(38.4%), ‘정부의 법·제도적 지원’(27.9%), ‘대기업 솔선수범 실천’(27.6%) 등이라고 답해 국민과 정부, 기업 간의 의견 조율을 통해 ESG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밖에 MZ세대는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영 여건이 열악한 중소기업의 ESG 경영 지원을 위한 시급한 정책으로 ‘세제·금리혜택 제공’(36.6%), ‘정부 차원의 ESG 경영 솔루션·포털 등 인프라 구축’(36.3%)을 우선적으로 꼽았고, ‘자발적인 ESG 경영 추진을 위한 재정 지원’(14.5%), ‘ESG 전문 컨설팅 및 맞춤형 교육 제공’(11.6%) 등이 뒤를 이었다.

마지막으로 친기업 정서 확산을 위해 기업 및 정부가 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로 MZ세대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 및 경영 투명성 제고’와 ‘일자리 창출 및 투자 확대를 통한 경제 성장 기여’라는 응답을 각각 36.6%로 동일하게 꼽았다.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최근 ESG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기업의 역할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변화하고, 사회공헌이나 투명·윤리경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 같다”면서 “여론과 소비의 주도층으로 떠오르는 MZ세대가 가격이 더 비싸도 착한 기업의 제품 구매를 선호하는 만큼, 우리 기업들도 ESG 경영 실천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굿모닝경제 - 경제인의 나라, 경제인의 아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